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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좀 더 일찍 결정을 내려 남자답게 그 결정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알란 칼손은 행동하기 전에 오래 생각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노인은 자기가 왜 트렁크를 훔칠 생각을 했을까 자문해 보았다. 그냥 기회가 왔기 때문에? 아니면 주인이 불한당 같은 녀석이라서? 아니면 트렁크 안에 신발 한 켤레와 심지어 모자까지 하나 들어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서? 그것도 아니면 자신은 잃을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정말이지 이 중에서 무엇이 정답인지 알 수 없었다. 뭐, 인생이 연장전으로 접어들었을 때는 이따금 변덕을 부릴 수도 있는 일이지…. 그가 좌석에 편안히 자리 잡으며 내린 결론이었다.


알란은 방 안에 뭔가 신경질적인 기류가 흐르는 걸 느꼈고, 몇 해 전 자신이 쑹메이링을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올랐다. 누구나 자기 기분대로 행동할 권리는 있다. 하지만 알란이 생각하기로는, 충분히 그러지 않을 수 있는데도 성질을 내는 것은 대부분의 경우 어리석은 짓이었다.


알란 칼손은 인생에서 많은 걸 바라는 사람이 아니었다. 단지 누워 잘 수 있는 침대와 세끼 밥과 할 일, 그리고 이따금 목을 축일 수 있는 술 한 잔만 있으면 그만이었다. 이것들만 갖춰진다면 그 무엇이라도 견뎌 낼 수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굴라그에서는 술을 제외한 이 모든 것들이 제공되었다.


승객은 도합 열 명이었다. 백 세 노인 알란 칼손, 악명 높은 도둑이었다가 이제 혐의를 벗은 율리우스 욘손, 만년 학생 베니 융베리, 그의 약혼녀 〈예쁜 언니〉 구닐라 비에르클룬드, 코끼리 소냐와 독일 셰퍼드 부스터, 식품 도매업자이며 최근에 신앙인이 된 베니의 형 보세, 왕년에 유명한 수사관이었던 아론손, 전(前) 갱단 두목 페르군나르 예르딘, 그리고 예르딘이 형을 살고 있을 때 아들에게 속 터지는 편지를 써서 보냈던 그의 노모 로즈마리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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