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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Ueberzeugt! Wie Sie Kompetenz zeigen und Menschen fuer sich gewinnen - Nasher, Jack

능력은 절대 스스로 빛을 발하지 않는다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될 진실이 있다. 능력은 그 자체로 빛을 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쩌면 당신은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될 잠재력을 갖춘 인재일지도 모른다. 누구도 아직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니까 당신은 자신의 능력을 남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능력을 보여주는 법’에 관해 이야기하면, 적지 않은 이들이 불쾌감을 표시한다. ‘차근차근 실력을 쌓을 생각은 하지 않고, 이미지 관리에만 몰두하라니. 너무 얄팍한 처세술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당신 역시 이런 의구심을 품고 있다면 외출하기 전, 무엇을 하는지를 떠올려보자.8

우리는 거울 앞에서 정성스레 머리를 손질한다. 향수를 뿌려 향기로운 체취가 나게 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높은 굽의 구두를 선택해, 키를 더 크게 보이려 한다. 이처럼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좋은 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신의 능력을 겉으로 내보이기 위해 노력하라’는 메시지는 ‘상대방을 속이라’는 권고가 아니다. 나는 당신의 능력을 보다 많은 사람이 알아볼 수 있도록 하는 실용적 지침을 제공하고자 한다.

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물론 능력이지만, 단순한 유능함보다 유능함과 신뢰를 합친 ‘신뢰가능성’이 더욱 중요하다.9 신뢰는 공정함, 한결같음, 충성심, 성실성 등의 주관적 인상에 근거를 둔다.10 타인에게 신뢰받으려면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지만, ‘진정성’이라는 조명을 효과적으로 받기 위한 노력도 놓쳐서는 안 된다. 능력을 드러내는 기술을 의식적으로 적용하면, 압도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여러 연구들이 있다.11 당신이 가진 능력을 적극적으로 보이면, 상대는 당신에 대한 핵심적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정보들은 당신이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놓쳤을지도 모르는 것들이다. 열심히 노력하기만 하면 모두가 인정해줄 것이라 믿어왔는가? 안타깝지만 당신은 틀렸다. 다투는 연인들의 단골 멘트는 이런 것들이다.
“내 마음을 그렇게 몰라?”
“말을 안 하는데 무슨 수로 알아?”
이는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도 적용된다. 표현하지 않아도 당신이 얼마나 유능한 인재인지 단번에 알아보는 상대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당신이 지닌 능력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인정받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여기 서술된 기술들을 사용해라. 당신의 능력에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유감없이 펼쳐 보여라.


요즘 시대를 살아가는 당신의 이야기는 안타깝다. 당신은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바쳤다. 학창시절에는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기 위해, 대학에 입학해서는 취업을 위해 학교 강의는 물론, 학원 수업과 스터디, 대외활동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회사에 들어간 이후에도 전문 분야는 물론이고 어학, 자격증 시험 공부 등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그리고 이 모든 노력은 당신의 능력을 한 단계 더 성장시켰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거듭한 후에야 깨닫게 된다. 힘들게 얻은 능력들이 기대와는 달리, 사회적 성공에 특별히 믿음직한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능력도 없는 동료들이 당신을 앞서버렸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당신 자신을 제대로 ‘판매’할 준비를 갖추도록 해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겨우 이 정도의 평가밖에 받지 못했단 말인가?’ 하고 당신은 벌써 여러 번이나 자문했다. 그러는 사이 내면에서는 이따금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스스로 ‘무능하다’는 느낌이 차츰 커졌을지도 모른다.1

성공하면 이런 느낌에서 자유로워질까? 성공한 사람들은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게 아니라, 그저 운이 좋아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는 고약한 예감에 자주 시달린다. 이것은 ‘사기꾼 현상’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현상이다.2 성공한 이들 중 약 70%가 자신을 사기꾼이라고 여긴다. 심지어 ‘세기의 천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도 죽기 직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이런 온갖 명예로운 대우를 받다니. 원치 않게 사기꾼이 되어버린 느낌이야.”3


미국 교육학자 로렌스 J. 피터Laurence J. Peter의 이름을 딴 ‘피터 원칙’에 따르면, 누구나 자기가 맡은 일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게 되는 직위까지만 승진한다.4 따라서 해당 직위에 오르면 더는 승진하지 못하고, 하필 그 자리에 가장 오래 머문다는 슬픈 결론이 나온다. 당신의 회사에서 오랜 기간 임원으로 있는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UN 외교관들의 모임에 참석한 나는 이스트 리버가 내려다보이는 라운지에 앉아 있었다. 내 옆에는 그가 속한 나라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뉴욕까지 날아온 정치인 A가 있었다. 그는 하루는 아프리카의 복지에 대해 연설하고, 또 다른 날에는 중동의 치안에 관해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그의 연설문은 여러 날 동안 조용한 방에 틀어박혀 특정 주제를 탐구한 나 같은 가련한 바보가 만들어낸 것이었다.

술을 한 잔, 두 잔, 서너 잔 들이킨 다음 마침내 A에게 내 머릿속을 휘감고 있던 질문을 던졌다.

“당신은 어제까지만 해도 이런 주제들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몰랐을 텐데, 스스로 사기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A는 웃으면서, 하지만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는 먼 바다에 나간 선장처럼 눈길을 먼 곳에 고정시킨 채로 거침없고도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내가 오늘날까지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바로 그 말이다.

“물론 나는 디테일을 모릅니다. 내가 대체 어떻게 알겠소? 지도자로서 내 임무는 불확실성의 바다에서 확실성을 비추어주는 일이오. 전문가는 아주 적은 것에 대해 매우 많이 아는 사람이지. 이에 반해 지도자란 아주 많은 것에 대해 아주 조금씩만 아는 사람이라오.”

그 뒤로 여러 기업의 CEO들을 만나면서 나는 그가 일깨운 사실을 거듭 확인하게 되었다. 성공한 지도자들은 자기들이 모른다는 사실을 두고 고민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세계는 너무 복잡해서 누구도 모든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식견을 가질 수 없다. 누구나 자신의 전문 분야 안에서만 조금씩 움직일 뿐이다. 포괄적인 지식을 추구하는 대신, 맡은 분야의 1인자로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다면 성공과 행복을 얻기가 한층 수월해질 것이다.


능력이란, 현재 직면한 일에 필요한 지능과 노력의 조합을 가리킨다.10 사회생활에서 능력은 ‘신뢰성’과 함께 가장 중요한 특성으로 꼽히고, ‘인기’보다 더욱 중요하다.11 능력과 신뢰성 말고 개인의 성과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것이 무엇이겠는가? 성과 평가는 고용과 승진에서, 그리고 업무 분담과 적정한 보수를 받는 데도 가장 중요하다.12 짧게 말하자면, 능력은 나에 대해 남들을 설득하는 일에서 결정적인 요소다.

이때, 우리는 무엇을 근거로 상대의 능력을 판단하는가? 실제 능력이 아니라 겉으로 보이는 능력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상대에게서 발견했다고 믿는 능력인 것이다. 보이는 능력과 실제 능력을 구분하고 보면, 세상에는 무능하지만 존경받는 사람들이 많으며, 반대로 유능한 사람들이 제대로 이해받지 못한 채 무능력자로 간주된다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그래서 마침내 다음의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성공하려면 보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성공하려면 보이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문장을 읽고 무슨 생각이 들었는가? 마음 한구석이 복잡하고 불쾌해지진 않았는가? 마음이 불편해지는 이유는 어린 시절 동화책을 읽으며 키워 온 믿음 하나가 마음 깊은 곳에 뿌리박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에는 누구나 자기가 한 대로 받는다는 ‘인과응보’의 믿음 말이다. 동화 속에서 나쁜 사람은 항상 벌을 받고 착한 사람은 부와 명예, 사랑을 얻게 된다.

심리학자 앨런 러너Alan Lerner는 이런 소박한 세계관을 ‘공정한 세계라는 원칙’이라 명명했다.14 우리는 성장 과정에서 확고한 도덕적 표상과 가치들을 내면화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이런 아름다운 믿음이 현실과는 거의 무관하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현실 세계에서는 결국 악당이 사회의 요직을 차지하고, 착한 사람은 퇴근 후 천근만근이 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와 TV에 나온 악당의 얼굴을 씁쓸하게 지켜본다.

우리는 이런 일을 거듭 경험하면서도 어린 시절의 세계관을 끝내 버리지 못한다. 세상이 공정하다는 가치관은 우리가 성장 과정에서 아주 중요하게 여겼던 가치관이지만, 훗날 우리의 발전에는 방해가 된다. 그것은 고작해야 세계의 불공정함을 견디도록 도와주는 기만일 뿐이다.

세상이 공평하다는 믿음을 버리지 못하는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타인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해결할 방도를 찾는 대신 언젠가는 모두가 자신을 알아볼 것이라 자기 암시를 건다. 그러나 잊지 마라. 당신이 훗날을 기약하고 있을 때, 경쟁자들은 주어진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고, 빠른 시일 내에 가장 좋은 결과를 이끌어내려 애쓰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들이 붙여준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경험이 있다. 익살꾼이라고 알려지면, 진지한 이야기를 해도 모두가 깔깔대고 웃어댄다. 그러다가 자신의 유머에 자신감이 생기면 진짜로 유머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된다. 어떤 그룹에서 괴짜로 알려지고 그에 어울리는 대우를 받으면, 정말로 기묘한 행동을 할 기회가 많아진다.

마찬가지로 유능하다는 인상을 풍기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더 많아진다. 그러니까 자신의 꼬리표인 ‘능력자’의 역할에 점점 더 근접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에는 자신의 진짜 능력이 남들 눈에 보이는 능력치에 가까워진다. 하지만 보이는 능력을 줄이는 잘못된 기술을 적용한다면, 정반대의 일이 일어난다. 실제로 갖고 있는 능력조차 자유롭게 펼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성과에 대해 부정적인 예측은 하지 마라. 실제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이 부정적인 예측을 한 사람은 긍정적인 예측을 한 사람보다 훨씬 무능하다는 인상을 남긴다.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말한다.



인간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자신의 예측에 어울리는 정보들을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니까 우리는 처음부터 믿었던 것을 확인한다.8 그리고 흥미롭게도 우리는 대개 누군가 자기에게 말해준 것을 그대로 믿는다.9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이 구두를 살펴보다가 솔기 하나가 비뚤어진 것을 찾아냈다면, 그것은 엉터리 솜씨의 증거가 아니라 정성스런 수작업의 증거가 된다. 그에 반해 누가 내게 미리 이것이 싸구려 신발이라고 말했다면, 나는 비뚤어진 솔기를 서툰 솜씨 탓이라 여겼을 것이다. 우리는 모호한 정보들을 자신의 기대치와 일치하는 방향으로 해석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가설을 확인하려고 하는 것이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무엇인가? 인간은 보편적으로 자기가 들은 말을 믿는다는 것, 그리고 그런 자신의 태도를 수정하지 않으려고 무의식적으로 부단히 노력한다는 사실이다.



당신이 몰랐던 또 하나의 진실. 사람들은 당신이 말한 것이나 행한 것을 재빨리 잊어버린다. 하지만 당신이 그들에게 일깨운 감정은 절대로 잊지 않는다.13



하지만 스스로 느끼지 못하는 것을 발산할 수는 없는 법. 당신의 유능함을 납득시켜야 할 첫 번째 상대는 바로 당신 자신이다. 스스로 능력 있다고 믿지 않는다면, 다른 누구도 당신의 능력을 믿지 않는다.



이를 비즈니스의 맥락으로 옮겨보면, 계약 체결 직전의 프레젠테이션, 최종 면접, 결정적인 미팅의 상황을 미리 머릿속에 떠올려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당신은 자신의 성과와 자질을 떠올리면서 능력에 대한 상대의 의심을 거두게 만들 수 있다.

프라이밍 기술이 당신을 세계 꼴찌에서 올림픽 우승자로 단숨에 올려주지는 않는다. 허들 경주의 세계 챔피언이자 올림픽 메달리스트인 샐리 거넬Sally Gunnell은 프라이밍의 효과를 이렇게 요약한다. “이것은 금메달이냐 은메달이냐의 차이다.”17

프라이밍은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긍정적 기능을 한다. 대화하기 전, 예상되는 질문에 어떻게 답할지 생각해보자. 그러면 대화에 임하는 태도는 달라지고, 더 많은 자신감을 풍기게 된다. 게다가 실제 성과도 더 좋아진다. 앞으로 매번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당신은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다.

직업 영역에서 내면의 자신감은 단순한 사치품 이상이다. 스스로 열등하다는 느낌은 보통 공격성으로 연결된다. 리더가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면, 직원들에게 공격적으로 행동하게 된다.18 목소리가 커지고, 의도적으로 직원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 그러므로 지도자의 프라이밍은 기업 전체의 분위기를 좋게 만들고, 모든 직원이 거기서 이익을 얻게 된다.19



아픈 몸으로 운명에 자신을 맡긴 채 병원에 누워 있다면, 당신은 의사에게서 그 어떤 겸손의 말도 듣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당신이 최고의 치료를 받을 것이라고 안심시키는 자신감 넘치는 의사를 원할 것이다.

  고객, 상사 혹은 동료들이 당신에게 어떤 문제를 맡기면서 듣고 싶은 말도 바로 이런 말이다. 그들은 주어진 도전을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사람을 원한다. 겸손한 말로 두려움과 근심에 부채질을 할 사람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결과와는 상관없이 그렇다. 앞서 살펴보았던 확증 편향이 여기서는 부정적인 의미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당신이 겸손한 모습을 보이면 사람들은 당신의 의구심을 진짜라 여기고, 그 뒤로는 그런 선입견에서 그들을 되돌릴 길이 없다. 당신은 무능한 사람으로 인지되었으니, 어떤 태도도 당신의 무능함을 보여주는 증거로 해석될 뿐이다.

  겸손함은 매우 자주 관찰되는 자기 파괴 형식이다. 고액 연봉을 받는 경영자나 전문가들은 농담 삼아 자신의 결점을 이야기하고, 그로써 자신에 대한 평판을 스스로 망가뜨린다.

  누군가가 농담 삼아 겸손한 말을 하는 것을 누구나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자신은 원래 숫자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공인회계사의 고백 같은 것 말이다. 우리는 맞장구치며 함께 웃음을 터뜨리지만, 마음 속으로 정말 중요한 문제가 있을 때는 저 사람과 일하지 말아야겠다는 결정을 내린다.





직업의 영역에서 겸손함은 가능하면 피해야 할 특성이다.20 많은 이들이 자신이 내보인 확신과 자신감이 인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결국은 자신의 보이는 능력도 깎아내릴 것이라고 짐작한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이와 정반대다. 겸손함은 불확실함 및 비겁함과 동일시되며, 나중에 나타날 실패에 대한 방어라고 해석되기도 한다.21

  겸손함이 어떤 심리에서 비롯되는지를 살펴보면, 그 정체에 한 발 더 다가서게 된다. 겸손함이란, 실패할 경우에 자신을 향한 비판을 막으려는 계산에서 나온다. 이는 존경할 만한 동기는 아니다.

  특히 너무 겸손한 사람을 보면, ‘잘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어째서 이 일을 떠맡으려 하는가?’ 하는 의구심까지 든다. 그런 사람이 마지막에 유감스럽게도 충분한 준비를 못했다, 잠을 제대로 못 잤다는 둥 사과의 말로 발표를 끝맺는 것을 우리는 얼마나 자주 경험했는지…….

  발표를 들은 사람들은 그를 겸손한 프로페셔널로 기억할까? 아니다. ‘오늘 여기서 발표해야 한다는 걸 어제 안 것도 아닐 텐데, 어째서 준비를 더 잘 하거나 잠을 충분히 자두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만 품을 뿐이다. 그러므로 겸손함이 심지어 혐오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는 전혀 놀랍지 않다.22




“나는 늘 수학이 약했다” 같은 문장은 활동 분야와 상관없이 상당히 해로울 수 있다. 수학은 지성과 동일시되는데, 지성은 유능함의 지표이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E.E. 존스E.E. Jones는 이 사실을 이렇게 요약한다. “겸손함을 이용하려면, 장점의 맥락에서 자신 있게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명백하게 하찮은 몇몇 약점을 제시해야 한다.”23


좋은 소식을 전할 때는 전화나 이메일 대신, 몸소 나타나서 가능하면 직접 전달하는 편이 좋다. 회의석상에서 좋은 소식을 전하면서 자신을 돋보이게 해라. 공간 중앙에 자리를 잡아라. 그리고 가능한 한 오랫동안 사람들의 시야에 머물러라. 한 순간 한 순간이 좋은 소식과 당신 사이의 연관성을 강화시킬 것이다.




팀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무조건 당신이 직접 발표해라. 그리고 팀원들을 칭찬할 때도 누구보다도 당신이 가장 좋은 조명을 받도록 해라. 이것은 마치 여러 친구들과 돈을 모아 선물을 마련한 경우와 같다. 그것을 건네준 사람이 언제나 가장 강력하게 그 선물과 연결된다. 하지만 선물 전달식이 끝난 다음 나타난 사람은 선물과는 거의 연결되지 않는다. 심지어 돈을 한 푼도 내지 않았지만 우연히 전달식에 있었던 사람만도 못하다.




부정적인 후광 효과를 줄이려면, 좋은 소식의 경우와는 달리 가능하면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해야 한다. 활발한 몸짓이나 화려한 의상처럼 사람들의 주목을 끌 만한 것을 모조리 피해라. 회의나 그 비슷한 자리에서 선택할 수 있다면, 공간의 한가운데 자리 잡지 말고 앉은 자리에 그대로 있어라. 사람들의 시선이 당신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직접적인 조명을 피하고, 전체 공간을 밝게 하거나 아니면 어둡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에어프랑스의 전 CEO인 피에르 앙리 구르종Pierre Henri Gourgeon은 2009년 6월 1일에 최악의 소식과 관련한 언론 인터뷰를 했다. 리우데자네이루를 출발해 파리로 향하던 에어프랑스 447기 한 대가 추락했고, 이 사고로 인해 228명 승객 전원이 사망한 것이다. 그야말로 조금이라도 미화시킬 요소가 없는 사건이었다.

  이 때 회견장은 어떻게 구성되었나? 연례 성과발표 행사 때와는 달리 하나의 스포트라이트도 비추지 않은 채 공간 전체가 환하게 조명되었고, 그 어디에도 에어프랑스 로고는 없었으며, 기자들이 같은 눈높이에서 구르종을 둘러싸, CEO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하지만 슬픔의 경우처럼 사건에 희생자로 얽히지 않으려면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분노는 관철시키는 힘과 결연함, 고집을 반영하고, 그에 따라 보이는 능력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18 요약해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어느 경우에도 슬픔, 수치심, 죄의식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설사 결과가 극히 비참해도 그렇다.




이처럼 먼저 제시된 정보가 후에 알게 된 정보보다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초두 효과primacy effect’라고 한다.

누군가를 설득하려 한다면, 곧바로 가장 강력한 논거로 시작해서 두 번째 강력한 논거로 말을 끝내라.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 중 어떤 소식을 먼저 전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면, 가장 좋은 소식으로 시작해서 그것을 바람막이 삼아 나쁜 소식을 전해라. 마지막에는 두 번째 좋은 소식으로 끝을 맺어라.




어떤 결과를 이루려고 엄청난 노력을 퍼부어야 했다는 인상을 일깨우면, 오히려 능력이 없어 보인다.

  천재에겐 모든 게 쉽다. 그냥 그 사람의 피 속에 흐르는 생각을 끄집어내기만 하면 되니까. 천재 작곡가로 칭송받은 이탈리아 작곡가 조아키노 로시니Gioacchino Rossini는 자기가 얼마나 쉽게 일하는지를 자랑하길 즐겼다.4 그는 즐겁게 먹고 마시고, 잠도 푹 잤다.




첫 번째, 분명한 발음으로 말해야 한다. 발음은 능력을 보이는 데 매우 핵심적인 요소다.13 시간 날 때마다 “간장 공장 공장장은 강 공장장이고, 된장 공장 공장장은 공 공장장이다”와 같은 문장을 통해 발음 연습을 해라. 연극이나 드라마 대본을 소리내어 읽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두 번째, 말의 속도를 조절해라. 여러 연구들은 빠른 속도로 말하는 습관이 분명하게 보이는 능력을 높인다고 말해준다.14 그 뒤에 숨은 무의식적 가설은 언어의 속도가 생각의 속도를 반영한다는 것이다. 즉, 빠르게 말하는 사람은 생각도 빠르게 한다는 것. 속도감 있게 요약하는 습관은 절대 해롭지 않다.

  세 번째, 일정한 속도로 말하는 것이 유리하다. 말하는 중간 중간 헛기침하는 습관까지 고친다면 더욱더 유능해 보인다.15

  네 번째, 목소리 톤을 부드럽게 가다듬어라. 날카로운 목소리는 듣는 사람의 신경을 거스를 뿐만 아니라, 보이는 능력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반면, 편안한 목소리는 보이는 능력을 높여준다.16

  약간 낮은 목소리로 말하는 습관도 권장할 만하다.17 다만, 단조로운 톤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 가지 톤으로 계속해서 말하는 것보다 한번은 높은 톤, 한번은 낮은 톤으로 번갈아 말하는 것이 훨씬 더 능력 있어 보인다.

다섯 번째, 목소리 크기도 중요하다. 약간 큰 소리로 말하면 한결 당당해 보인다.18 하지만 유의할 것! 소리 크기는 보통보다 약간 더 큰 정도에 머물러야 한다. 너무 큰 소리로 말하면 오히려 보이는 능력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온다.19

  여섯 번째는 여러 명의 상대와 대화를 나눌 때 꼭 필요한 습관이다. 바로 말하는 시간의 안배다. 짧게 자주 대화에 참여하는 편이 좋을까, 한 번에 길게 말하는 게 좋을까? 가장 효과적인 것은 빈번하게 대화에 참여하되, 한 번에 지나치게 길게 말하지 않는 것이다.

  일곱 번째, 말할 때 사이사이에 휴지를 두어라.20 듣는 사람들에게는 당신의 말을 한 번 되새겨볼 여유를 주고, 당신에게는 다음에 할 말을 조용히 요약할 기회가 된다. 특히 가장 중요한 말을 앞두고는 좀 더 길게 침묵해라. 이 침묵은 시상식에서 수상자 발표 직전 울리는 북소리와 그 효과가 같다. 당신은 침묵을 통해 가장 좋은 논거가 무너지지 않도록 안전하게 나아가게 된다.

여덟 번째,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버릇을 고쳐야 한다. 불필요한 반복은 말하는 사람에게 나쁜 조명을 던진다.21 지성의 부족을 암시한다고 해석될지도 모른다.

  아홉 번째, 상대방의 말을 끊는 습관도 없애라. 말을 끊는 태도가 대화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드러낸다고 생각한다면, 절대 그렇지 않다. 다른 사람의 말을 끊는 태도가 극히 예의 없는 태도로 여겨진다는 사실을 차치한다 하더라도, 이런 태도는 보이는 능력에도 극히 부정적으로 작용한다.22

  마지막으로, 대화를 할 때는 다양한 낱말을 쓰는 것이 좋다. 폭넓은 어휘력은 높은 지성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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