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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소설] 너무 한낮의 연애 - 김금희

Dong538 2022. 10. 21. 20:30

둘 사이에는 전날보다 더 대화가 없었다. 필용이 말을 아꼈기 때문이었다. 그전까지는 양희를 제외한 모든 세상이 흥밋거리이고 이야깃거리였는데 오늘 이렇게 되니 모든 세상에서 오직 양희만이 관심사가 되었다. 양희는 어제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른다는 얼굴로 포장지를 접어내리면서 햄버거를 먹고 있었다. 비가 오네요, 하면서. 오늘 필용은 평소의 십분의 일도 이야기하지 않고 있는데 그런 변화에 대해서는 느끼지 못한 채 날씨 타령이라니. 


"오늘은 어때?"

"오늘은 아는 선배가 극을 올려요."

"아니, 그것 말고."

"별일 없는데."

"아니, 그러니까 네가 어제 말한 그것 말이야. 오늘도 지속되고 있는냐고?"

왜 긴장하나? 필용은 그런 자신이 어처군니 없었다.

"그렇죠, 오늘도."

양희는 어제처럼 무심하게 대답했는데 그 말을 듣자 필용은 실제로 탁자가 흔들릴 만큼 몸을 떨었다.

"오늘도 어떻다고?"

"사랑하죠, 오늘도" 

필용은 태연을 연기하면서도 어떤 기쁨, 대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느 기쁨을 느꼈다. 불가해한 기쁨이었다.